시장에선 '벼락거지' 신조어 떠돌아
중산층 12년동안 한푼 안쓰고 모아도
집 한채 사기 어려운데 대출은 더 옥죄
3040세대 "무주택자 대안 없다"
집값 폭등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3040 젊은층들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집값 폭등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3040 젊은층들이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4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역대 최고 수준의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대출 제한 등 각종 규제는 많아져 '금수저'가 아닌 근로 소득만으로는 서울 아파트에서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는 게 원천 봉쇄됐다는 게 이들의 한탄이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약속을 믿고 아파트 구입을 미뤘다가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모두 올라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된 사람들을 두고 '벼락거지'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갑자기 큰돈을 번 '벼락부자'와 달리 본인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주택가격이 뛰는 바람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무주택자를 일컫는 말이다.
서울 응봉산에서 바라본 성동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현상은 강남 뿐만이 아니다. 서울 외곽지역에서도 전셋가가 3~4년전 집값을 넘어서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노원구 청구 3차 전용 84㎡도 지난 9월 7억원에 전세 거래됐는데 3년 전 집값은 5억원대였다. 이달 매매 가격은 12억원에 이른다. 구로동 신도림 태영데시앙 전용 84㎡의 경우에도 2017년 5억원대에 살 수 있었지만, 최근 전셋값이 6억5000만원을 찍었다. 매매가는 11억2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갱신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분기 KB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서울 지역 집계치는 12.2였다. KB부동산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산층이 가구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12년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소득은 변함이 없거나 줄어드는 데 반해, 아파트값은 계속해서 오른 탓이다.
최근에는 신용대출까지 막았다.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된다. 부부가 각자 1억∼2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으면 주담대외에 추가로 2억∼4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우회로를 택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정부가 신용대출을 옥죄자 시장에서는 '흙수저 고소득자'의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외국계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전세 매물이 너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영끌’해 집을 마련하려 했는데 이젠 이마저 어려워졌다"며 "근로소득과 주택담보대출을 합쳐선 집값을 대기 불가능한데 신용대출까지 막으면 돈 많은 부모를 가진 금수저 현금 부자만 집을 사라는 얘기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빌라 및 다세대 주택과 아파트가 동시에 보이고 있다. /뉴스1
중견기업에 8년째 재직 중인 윤모 씨(35)는 "정부가 각종 규제를 내놔 매매를 어렵게 만들어놓고서는 공급 대책이라고 임대 아파트만 잔뜩 내놓은 걸 보니 무주택자들에게 사실상 집을 사지 말고 평생 월세살이를 하라는 얘기라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젠 어지간한 서울 아파트가 대부분 10억원을 넘으면서 30대 월급쟁이가 돈을 모아 자산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 노동소득만으로는 힘든 상황인데 무주택자에 한해선 신용대출 규제를 풀어줘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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