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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자율주행·항공택시 매각…모빌리티 업계 ‘합종연횡’에 현대차 고심 - 조선비즈

입력 2020.12.09 15:29

차량 공유 업체 우버가 수익성이 낮은 자율주행·항공택시 개발 사업부를 각각 오로라, 조비 에비에이션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을 넘겨받기로 한 오로라의 전략적 투자자이고, 앞서 우버와 항공택시 관련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긴밀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자율주행·항공택시를 미래 성장동력 사업으로 보고 투자를 확대해 온 만큼 우버의 사업 매각이 현대차에 난제를 던져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오로라는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업 부문인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ATG)’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7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튿날인 8일에는 항공택시 사업을 담당하던 우버 엘리베이트가 소형 항공기 제조업체 조비 에비에이션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월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와 도심 항공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제공
◇ 어제 경쟁자와 오늘은 협력…미래 사업 위해 ‘이합집산’

당장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인 거래 내용을 파악하고 나섰다. 먼저 오로라가 ATG를 인수하면서 현대차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와 동시에 오로라의 성과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오로라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며 주주가 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앞서 2018년 1월에는 정의선 회장이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와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오로라가 ATG를 인수하면서 ATG 지분을 보유한 도요타도 새로 탄생할 오로라-ATG 합병 법인의 주식을 취득해 오로라 주주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또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우버와 협력하기로 했는데, 우버가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협력 상대가 바뀌게 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와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Motional) 브랜드가 새겨진 제네시스 G90./현대차그룹 제공
업계에선 우버의 이번 사업 개편이 현대차의 미래 사업 추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차가 자율주행과 항공택시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 기업과 협력 관계를 형성한 덕에 자연스럽게 리스크도 분산된 상태기 때문이다. 아직 산업 생태계가 정립되지 않은 미래 사업은 사업 주체가 바뀌는 인수합병이 활발하고 업(業)의 경계 없이 이합집산이 이뤄지기 때문에 현대차도 협력을 약속했던 일부 업체의 이탈이나 변경을 충분히 대비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관련해 미국 앱티브와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현지에 자율주행 기술 개발 전문 합작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앱티브는 세계 3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양사는 2022년까지 자율주행 부품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하고, 로보택시(무인택시) 상용화 계획도 세웠다.

어제 치열하게 경쟁했던 기업과 오늘은 협력하거나, 경쟁사들이 협력 공동체를 이루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와 자율주행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는데, 일본 도요타도 지난해 바이두가 추진하는 자율주행 프로젝트 '아폴로'에 참여하기로 했다. 도요타와 현대차가 한배를 타게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8년 CES에서 공개한 미래형 SUV 넥쏘. 당시 현대차는 오로라와 자율주행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맨 오른쪽)과 크리스 엄슨(오른쪽에서 두번째) 오로라 CEO./현대차 제공
전기차 개발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고성능전기차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리막 오토모빌리티에 8000만유로(약 10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후 폴크스바겐그룹도 리막 지분을 인수했다.

◇ "현대차도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 정해야"

전문가들은 우버의 사업 개편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역시 미래 사업 투자에 대한 ‘선택과 집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기술, 공유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투자를 확대해온 글로벌 업체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조정에 나서고 있는데, 현대차그룹도 이런 추세를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폭주에 가까웠다.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 플랫폼은 물론, 자율주행과 차량 공유와 같은 모빌리티 기술과 인공지능(AI)·음성인식·뇌공학 등 IT 업계 영역에도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3조7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설하는 계획도 내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미래 모빌리티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는 좋지만, 무리한 수준의 투자 계획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금 여력도 그렇지만 인력 측면에서도 현대자동차의 투자 계획은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이 붙는다"며 "아직 산업 생태계가 취약한 미래 사업 부분에 대한 투자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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