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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장세 2~3년 더 간다"…거침없는 코스피 `과속` 우려도 - 매일경제

◆ 질주하는 한국증시 ◆
연초 코스피가 3150선까지 치달으면서 `속도가 너무 빠른 게 아니냐`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초 일주일 새 9.7% 올라 세계 주요국 증시 중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는 만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각에선 `증시 거품 가능성`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신중론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것이다.

한국 증시가 과열로 향하고 있다는 징후는 몇 가지 지표로 확인된다. 명목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나타내는 이른바 `버핏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흔히 버핏지수가 70~80% 수준이면 저평가된 증시로, 100%가 넘으면 거품이 낀 것으로 해석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버핏지수는 올해 124.7%까지 치솟아 신고가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 증시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셈이다. 문제는 증시로 몰려드는 자금에 빚이 잔뜩 끼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20조1200억원으로 사상 첫 20조원을 넘어섰다. 신용융자 잔액은 개인투자자가 증권사 등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한 총액을 말한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신용융자 잔액은 9조~10조원 수준이었지만 불과 1년 새 2배로 늘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럴 때일수록 현금을 하나의 주식 종목처럼 생각해야 한다"며 "투자자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30%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한국 코스피 상장사 기준 ROE는 7.28%로 전망된다. ROE는 기업의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이 얼마나 나는지를 산출한 지표다. 올해 미국 S&P500 기업의 ROE는 23.1%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한다. 코스피 ROE는 일본 닛케이225(9.9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9.41%)보다도 낮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전문위원은 "ROE를 살펴봤을 때 현재 증시는 상당히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상승장으로 흐르는 방향이 맞더라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앞으로 2~3년간 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될 예정이어서 긍정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올해 경기 전망이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에 코스피가 다른 나라보다 급격히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113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110.8)보다도 높은 수치다. 한국 경기 전망이 양호한 것에 비해 주가 수준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12개월 후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5.3배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S&P500의 PER가 23.3배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자금 또한 긍정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시중 유동성(M2) 평균 잔액 대비 시가총액은 최근 76%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증시가 유례없는 호황을 맞이했던 2007년에 이 지표는 90%에 달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 지표로 흔히 사용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7일 기준으로 69조2700억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치다.

코스피 `거품`을 논하기에는 풀린 돈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미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빠른 코스피 상승에는 주식시장의 좋은 뉴스에 반응할 수 있었던 개인의 매수 기반이 있었다"면서 "언제든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조정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증시 과열 여부를 진단하려면 금리 동향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3000 안착 여부는 올해 하반기 세계 각국 정부가 부양책을 얼마나 이행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규식 기자 / 추동훈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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