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실수요 끌고 재개발에 투자수요 밀고…빌라 거래, 아파트 2배 `쑥` - 매일경제 - 매일경제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인 서울 중구 신당동 모습 [사진 = 조성신 기자]

집값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아파트보다 저가인 다세대나 연립주택 매입으로 눈 돌리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공공재개발 후보지 8곳을 발표하는 등 정비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 수요까지 더해지며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건수는 총 천620건으로, 전달(4268건)보다 8.2%(578건)나 늘었다. 아직 신고 기간이 2주가량 남아있는 것을 감안할 때 매매건수는 5000건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는 작년 1∼5월 5000건을 밑돌았다. 하지만 7월 7538건으로 급증하며,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업계는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을 거래량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이후 `7·10 대책`과 `8·4대책` 여파로 8월 4350건, 9월 4096건으로 크게 감소했으나, 10월 4649건으로 소폭 반등했고 11월 다시 감소했다가 지난 달 반등했다.

새해 들어 이달 거래는 15일까지 701건으로, 같은 기간 아파트 거래(363건)의 2배에 육박한다. 아파트 거래량은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보다 월간 기준으로 2∼3배가량 많은 것이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아파트값이 크게 오르고 부동산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다세대·연립으로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양천구 목동에서 영업 중인 S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작년 7월 말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셋값이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오르면서 아이들 학교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 없는 집들이 빌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너무 비싸 접근이 어려운 아파트 대신 깨끗한 신축 빌라 위주로 매입을 고민 중인 신혼부부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 새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8월 이후 빌라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7∼12월 5개월 동안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2억9881만원에서 3억1946만원으로 2065만원 뛰었다. 이는 직전 2년 간(2018년 7월∼2020년 7월) 상승분(2078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의 연립주택 평균 전셋값도 직전 2년 1개월 동안 오른 전셋값(1428만원)에 해당하는 10433만원(2억26만원→2억10641만원) 올랐다.

공공재개발 등에 따른 개발 기대감도 다세대·연립 가격 상승에 반영되는 분위기다.

장위뉴타운 내 빌라 전용 32.85㎡(대지면적 19.13㎡) 3층은 작년 7월 2억2900만원에 거래됐는데, 12월 4억1200만원에 계약서를 쓰며 가격이 급등했다. 장위뉴타운 8·9·11·12구역이 공공재개발을 신청하며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공공재개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동작구 흑석2구역은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급증하면서 다세대·다가구 매물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여전히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점도 투자수요 유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작년 `6·17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내 3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을 제한했다. 하지만, 다세대·연립주택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주택 임대사업 등록제도를 대폭 수정한 `7·10 대책`에서도 다세대나 빌라, 원룸, 오피스텔 등은 세제 혜택을 그대로 뒀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실수요자 입장에서 섣불리 매입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여기에 전세난까지 겹치며 빌라를 매입해 거주처로 삼으려는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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