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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 상환 유예해줬으니 원리금 2배씩 갚아라" - 한국경제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서울에서 실내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유모씨는 요즘 대출 상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9년 상가를 담보로 약 1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았던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끊겨 어려움을 겪었다. 매달 내야 할 원리금만 33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같은해 3월 은행권에서 실시한 원금·이자 유예 조치를 받은 뒤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문제는 지난해 9월 이후 터졌다. 조금씩이라도 갚아 나가려고 2차 유예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은행에서 “6개월을 유예해줬으니 남은 6개월 동안 1년치 원리금을 상환하라”는 답이 돌아 왔다. 유씨가 "이럴 줄 알았으면 1차 유예를 받지 않고 바로 갚아갔을 것"이라며 재차 유예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하루 아침에 매달 660만원의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유씨는 “코로나 이후 영업을 할 수 없어 여전히 전혀 수입이 없는데도 '어려우면 다른 대출로 갈아타라'는 말만 들었다”며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은 다른 은행에서 받은 소상공인 대출로 ‘돌려막기’를 했지만 앞으로 또 대출을 알아봐야하는 상황이라 막막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운 계층을 돕기 위해 은행권에서 실시한 원금·이자 유예 조치와 관련, 2차 유예를 받지 않은 일부 서민들의 원리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분할납부'라는 원칙 외에 컨센서스가 없어 유예된 원리금을 더 짧은 기간에 몰아 갚으라고 요구하는 은행도 생겨났다는 지적이다. 3차 유예조치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유예자'에 대해 은행마다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자 상환을 요구할 경우 서민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은 오는 3월 원금·이자 유예 조치 만기 이후 한 차례 더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 은행권에서 ‘선별 지원’을 주장하는 만큼 일부는 유예를 받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예를 해주더라도 전원 유예를 해주는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부실 가능성을 줄일 수 있도록 ‘필터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일부 서민·자영업자들은 유예 조치를 더 이상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엄중하기 때문에 은행들 뜻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문제는 ‘비 유예자’에 대한 대책은 지난해부터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차 원금·이자 유예 당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유예가 끝나고 난 뒤 원리금은 분할 납부해야 한다’는 정도만 명시돼 있다. 은행이 기존 대출 만기를 연장해줄 의무는 없다. 특정 기한까지 그동한 내지 않은 원리금을 몰아 내라고 하더라도 문제를 삼기는 어렵다. 실제 각 은행마다 유예 포기자에 대한 대출금 상환 방식 정책도 제각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문에 1차 유예 이후 추가 유예를 받지 않았다가 ‘원리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일부 은행에서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유예자가 대부분이어서 비유예자에 대한 통계나 후조치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당국에도 특별히 보고하는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원금·이자 유예 연장 여부 뿐 아니라 유예 중단 이후 상환 방식에 대해서도 사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차 유예 이후 대부분이 추가 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부작용 사례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수가 유예를 받지 못하면 피해를 받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며 “서민들이 미리 대출 원리금 납부 계획을 세우고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은행권이 각 차주들에게 유예 이후 상환 방식에 대해 보다 확실히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원금·이자 유예를 다시 받고 싶다고 요청했는데도 은행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가이드라인 위반인 만큼 차주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며 "은행권 공통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은행마다 부실에 대한 리스크 대비 전략이 달라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소람/김대훈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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