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조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전기차 제국' 테슬라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덴마크계 삭소뱅크의 피터 가니 투자전략 담당이 "테슬라가 최근 몇 달간 유럽에서 르노·폴크스바겐·현대차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며 "주주들은 '경각심(Alarmed)'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유럽은 물론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에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고 국내에서는 현대차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테슬라, 유럽에서 판매 1위 빼앗겨
EV볼륨즈가 공개한 지난달 잠정 판매 집계(영국 미집계)에서도 테슬라는 두 달 연속 유럽 브랜드에 밀렸다. 테슬라 모델3은 지난달 1만7521대를 팔았지만, 유럽 시장 1위는 2만3448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의 ID.3에게 돌아갔다. 또 피아트 500e는 4981대를 기록했고, 지난달 출시한 폭스바겐 ID.4도 4714대를 팔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출시한 두 차종의 선전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V볼륨즈는 "(두 차종은) 지난해 유럽에서만 판매됐다"며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하면 판매량이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에서도 판매 밀려…美서는 1위 견고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최근 두 달(2020년 11~12월)간 중국 시장의 베스트 셀링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이 아닌 상하이지엠우링(SGMW)의 우링 홍광 미니였다. 우링 미니가 지난 8월 출시했다는 점에서 올해 중국 내 최대 판매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 우링 미니의 가격은 약 3만 위안(약 500만원)으로 모델3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물론 테슬라는 미국에선 여전히 견고하다. 테슬라와 EV볼륨즈에 따르면 지난달 테슬라는 미국·중국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약 10만대를 팔았다.
모델 Y 흥행 여부에 1위 수성 갈릴 듯
테슬라 모델 S·X, 아우디 e-트론 등이 선점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도 올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MBUX 하이퍼스크린 등 첨단사양을 탑재한 EQS를 선보일 예정이고, GM의 트럭 브랜드 GMC도 허머 EV를 연말께 내놓을 예정이다. 또 포드도 머스탱 마하 E를 선보인다. 마하 E GT의 미국 판매 가격은 약 6만 달러(약 6600만원)다.
국내선 아이오닉5 vs 모델Y 격돌
전기차 판매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보조금 혜택'에선 아이오닉5가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6000만~9000만원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절반만 지급한다고 행정 예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5 중 1개 트림만 빼고 모두 6000만원 이하이지만, 테슬라의 경우 모델 3·Y 롱 레인지 트림은 6000만원 이상에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오닉5와 모델Y는 이번 달 각각 티저 이미지와 전시장을 통해 실제 차를 선보이며, 향후 격전을 예고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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