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전자에 투자한 동학개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오너의 공백이 하락세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주가와 구속은 별개의 문제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것은 지난 2017년 2월 17일(353일)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1일 ‘9만 전자’를 돌파한 이후 8만원 후반대에서 횡보 중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 날 전일 대비 3.4% 하락한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9일 오후 12시 40분 현재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3.4% 반등한 8만7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전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의 공백이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이날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가는 실적을 따라갈 뿐, 이 부회장의 구속은 호재도 악재도 아니다”라며 침착한 반응을 보이는 투자자와 재판부나 정부를 비난하며 격한 감정을 토해내는 투자자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였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죄는 이재용이 지었는데 벌은 왜 내가 받고 있냐”며 불만을 토로해, 많은 투자자들의 ‘웃픈’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부회장의 공백이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칠까? 과거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가 오너 공백에 흔들린 경우는 드물다. 실제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던 지난 2017년 2월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189만3000원(액면분할 전)으로 전일 대비 0.42% 하락했으나, 다음날 193만3000원(2.11%)으로 반등했다. 7월 들어 250만원을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된 2018년 2월 5일 239만6000원(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구속된 날과 비교해 26.6% 오른 가격이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2008년 4월 22일 비자금 사건으로 인해 경영 일선에서 퇴진했다가 2년 뒤인 2010년 3월 24일 복귀했다. 이 회장이 퇴진한 다음날인 4월 23일 삼성전자 주가는 65만3000원으로 전일 대비 3.26%나 급락했으나, 곧 반등에 성공하며 한달 뒤인 5월 30일 74만원을 돌파하는 등 기세를 올렸다.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며 주가가 같은 해 10월 24일 40만7500원까지 하락하자 이 회장의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저점을 다진 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간 삼성전자 주가는 이 회장의 복귀일인 2010년 3월 24일 81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회장의 퇴진일과 비교하면 21.3% 오른 가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주가는 오너의 공백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 중이던 2017년 전 세계적인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전년(29조2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5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비록 오너 공백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주가는 오히려 실적에 좌우됐던 셈이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퇴진을 선언한 2008년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6조300억원에 그치며 주가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9년 영업이익이 다시 10조92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나자 주가가 회복됐다. 결국 오너 공백이라는 리스크보다 실적의 영향이 더 컸던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이 향후 삼성전자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국정농단 재판은 마무리 단계지만 아직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된 재판이 남아있어, 자칫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올해 반도체 업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실적 개선으로 인한 주가 상승이 이어질 수도 있다.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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