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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직업]④ 가뭄도 폭우도 걱정없는 농부, 식물공장 운영자 - 조선비즈

입력 2021.01.09 06:00

2020년은 말 그대로 이상기후의 해였다. 6월 초부터 이른 폭염이 시작돼 한달간 지속됐다. 장마철 강수 일수도 28.3일로 최장 기간 이어졌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유럽도 폭염으로 시름했고 인도 등은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태풍도 잦았다.

이같은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농업이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표하는 세계 식량 가격지수(FAO Food Price Index)는 지난해 5월 90포인트 수준에서 지난해 11월 105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 지수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식량 가격 평균을 기준(100포인트)으로 한다.

경기 평택시의 팜에이트의 식물공장에서 바질을 길러내고 있다. /권오은 기자
기후에 따른 농업 생산성이 널뛰면서 ‘식물공장’ 관련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식물공장은 온도와 빛 습도, 양분 등을 조정해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3m 이상의 높이로 단을 쌓아 길러낼 수 있고 생육속도도 노지에서 키우는 것보다 30%가량 빠르다. 같은 면적 기준 식물공장의 생산성이 50배다.

식물공장 운영자는 이런 식물공장에서 일하는 ‘농부’다. 다만 기존의 노지에서 일하는 것보다 근무여건이 좋다. 예를 들어 경기 평택시에 있는 팜에이트의 식물공장은 평균 23도의 온도가 유지돼 무더위로 고생할 일이 없다. 식물공장의 특성상 수경재배를 해 노동 강도 역시 상대적으로 덜하다.

식물공장에서 재배하는 작물들이 허브나 쌈채소 등이어서 수익성도 좋다. 업계에 따르면 330㎡(100평)당 월 매출액은 대략 1800만원, 순수입은 700만원 수준이다. 앞으로 의약품에 쓰이는 작물 등을 생산하면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공장 안에 작은 묘종과 20일만에 자라난 작물이 함께 놓여있다. /권오은 기자
음식 ‘레시피’처럼 식물별 생장 조건도 정해져 있다. 바질은 23도의 온도를 유지하면 40일이면 길러낼 수 있다. 전통적인 농부처럼 장기간 체득이 아니라 단기간 교육만으로도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식물공장 운영뿐만 아니라 식물공장 설비나 유통 등 관련 업종으로도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도심과 먼 곳으로 일하러 갈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식물공장은 일정 규모의 공간만 확보되면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선 지하철역 유휴 공간이나 아파트단지, 폐교 등을 활용한 식물공장도 등장했다.

산업도 성장세다. 전세계 식물공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23%씩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식물공장 시장도 2018년 3200억원에서 올해 5000억원 가까이 커진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초기 투자비용은 부담이다. 시설비용에만 3.3㎡당 500만원가량이 든다. 과거 1000만원보다 가격이 저렴해졌지만, 토지비용 등을 고려하면 330㎡ 규모의 식물공장을 세우는데 드는 비용은 10억원 가량이다. 다만 최근 컨테이너박스 등과 같은 시설을 활용한 식물공장도 상업화를 앞두고 있어 3.3㎡당 비용은 향후 300만원 이하로도 내려갈 수 있다. .

업계에서는 식물공장 운영을 위해 특정 학과나 자격증보다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농업뿐만 아니라, 생물이나 전자, 화학, 데이터, 유통 등의 영역을 폭넓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식물공장 기업인 팜에이트의 김성언 기술영업팀장은 "농업의 전체 흐름을 알아야하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미래 농업 기술은 여러 학문간 융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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