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 3.4% 급락
외국인·기관 수백억원 순매도
삼성SDI·생명·SDS·물산 등
계열사도 줄줄이 하락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직원들이 모니터를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결과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33% 하락한 3013.93에 장을 마쳤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삼성전자가 3.41%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물산(143,000 -6.84%)은 6.84%, 삼성SDI(706,000 -4.21%) 삼성생명(78,500 -4.96%) 등은 각각 4.21%, 4.96% 떨어졌다. 삼성그룹 시총은 이날 하루에만 23조원 증발하면서 776조원으로 줄었다.
이 부회장의 재구속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자 이를 기회로 삼은 개인들이 장 막판 매수에 나섰지만 지수 하락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연초 하루 수조원씩 순매수하던 개미들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5195억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000억원가량 보유 주식을 팔았다. 7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 금액은 올해 들어서만 11조원에 달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신규 투자 등 의사 결정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게 됐다”며 “증시 과열 논란과 함께 그간 증시를 이끌어온 대장주가 흔들릴 경우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하루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별다른 악재가 없던 국내 주식시장에 전반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빠른 의사결정과 오너들 간의 협력이 기업 경쟁력과 주가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는 게 과거 구속 때와는 다른 점이다. 한국 증시에 뜻밖의 악재가 등장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3.41% 떨어진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최대 낙폭이다. 이날 코스피지수(-2.33%)보다도 하락폭이 컸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 급락으로 코스피지수는 3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최근 상승폭이 컸던 삼성전자 주가에는 최대 악재라는 평가가 많다. 이 부회장이 과거 구속됐을 당시에는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 구속에 따른 불확실성이 주가에 먼저 반영되면서 결론이 불확실성 해소로 읽혔기 때문이다. 확정 판결이 아니었던 데다 오너의 부재 자체가 기업 가치를 직접적으로 훼손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삼성전자는 올해 D램 가격 회복과 파운드리 호황이 동시에 겹쳤다. 전 사업부가 코로나19 변화에 맞춰 빠르게 대응하면서 올해 영업이익도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46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될 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혔다. 빠른 의사결정과 투자할 수 있는 자본도 갖고 있다. 이는 오너의 결단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의 부재는 기업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주가는 실적이고 결국 실적은 기업이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냐의 문제”라며 “오너의 부재가 변화 속도에 미칠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장의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너의 부재를 성장성 악화로 인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외국인과 연기금은 삼성전자를 각각 844억원, 44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계열사들의 장기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급변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단독 회동을 통해 전기차 협력을 논의한 것처럼 오너 간의 협력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변화가 빠르고 확장성이 큰 만큼 다른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이나 오너의 방향 제시가 중요한데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의사결정 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중심에 있는 배터리 밸류체인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1월 2300대에서 올 1월 3200대까지 ‘과속’을 했다. 투자자예탁금이 한때 74조원에 달하는 등 개인들의 힘이 컸다. 삼성전자는 개인들이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이다.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우려가 차익실현 욕구로 얼마든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삼성전자로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삼성전자로 인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우려다.
게다가 외국인에겐 삼성전자는 곧 코스피라는 인식이 강하다. 삼성전자 비중을 줄이면서 코스피 전체에 대한 기계적 매도에 나설 수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글로벌 ESG 펀드들이 이 부회장의 구속을 이유로 매도에 나서거나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고윤상/박재원/한경제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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