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지난달에는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2021년 하반기 전기요금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발표했다. 정부가 정권에 유리한 예측은 어떻게든 발표해 생색을 내고, 불리한 예상은 국회 제출 요구까지 거부해 가며 숨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부 이유를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자 한전은 "연료비와 환율 등을 다양하게 가정해 영향을 도출하면 국민 혼란 및 가격시그널 기능 왜곡 등이 우려된다"는 짧은 설명을 내놨다. 답변 자료의 대부분은 "GDP 상위 30개국 중 발전연료를 수입하면서 연동제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등 전기요금 개편안의 장점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 공급 시장이 경쟁적인 상당수 국가에서는 민간 기업들이 앞다퉈 전기 요금을 낮추려고 노력하지만, 국내 전기 공급을 독점하는 한전은 전기요금을 낮추려 노력할 동인이 그만큼 적다"며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이런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유가 변동 예상폭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고, 전기요금은 유가 외에도 LNG, 석탄가격 및 환율, 연료별 투입비율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진다"며 "현재 시점에서 신뢰성 있는 연료비 변동 시뮬레이션 예상 결과를 산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는 산업부가 지난달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 전기요금을 예측했던 것과는 정 반대의 태도다. 당시 산업부는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 감안시 인하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윤영석 의원은 "돈을 얼마나 걷어갈 지 알려줄 수 없다면서 '국민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정부와 한전 말대로 유가 변동을 예상할 수 없긴 하지만, 대부분 기관들이 경기 회복에 따라 유가가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며 "정부 입으로는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말을 절대 하기 싫어서 예상치 계산을 거부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한전은 11일부터 지난해 12월분 전기요금 고지서를 순차 발송할 예정이다. 이번 고지서에는 유가 등락에 따라 전기요금이 조정되는 연료비 연동제가 처음 적용된다. 지난달 350kWh의 주택용 전기를 사용한 4인 가구라면 1050원의 요금 인하 혜택을 받는다. 부가가치세 등을 포함한 총 요금은 5만5080원에서 5만4000원으로 1000원 가량 낮아진다.
하지만 내년엔 얘기가 달라진다. 태양광·풍력 비용(기후환경 요금)이 지금보다 1kWh당 2원가량 오르고 유가가 급등하면 전기요금이 최대 5만8000원 안팎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5만4000원)은 물론 지난해(5만5080원)보다도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전망기관들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라 전염병이 종식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유가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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