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등 검사장비 국산화…"검사 표준 장비 개발 노력"
"정주영 회장이 계실 때 현대차 직원들이 아이디어 내면 저희가 차량 정비용 특수장비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만든 테이블 리프트(엔진·미션을 꺼낼 때 쓰는 장비)는 스테디 셀러입니다"
경기도 광주 본사에서 만난 곽영대(79·사진) 오토기기 회장은 "정 회장 돌아가시고는 교류가 멈춘 점이 아쉽다"며 "협력이 지속됐으면 국내 정비업계 장비가 크게 발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대기업 사람들도 공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까지 하는 걸 보고 놀란다"며 "제품 아이디어만 있으면 정비 장비는 뭐든지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오토기기는 2008년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화 방식의 도장 부스를 생산한다. 페인트를 칠하고 말릴 때 정교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칠에서 윤택이 나고 건조 시간을 줄여준다. 웬만한 대형 1·2급 정비공장 도장 부스는 오토기기 제품이다.
곽 회장은 "수입차 정비공장 도장부스도 점유율이 80%일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공기 배합, 냄새 환기, 온도 컨트롤 등 복합적인 기술이 적용됐다"며 "현대차 직영 공장의 30%, 기아차는 7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교통안전공단의 의뢰를 받아 자동차 하향등 검사장비를 개발해 납품했다. 그동안 전조등 검사는 야간 주행 때 켜는 하향등이 아니라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에게 위험한 상향등이 대상이었다. 올해부터 하향등 검사 법 적용을 앞두고 개발 의뢰를 받은 것이다.
곽 회장은 "가로등이 부족해 쌍라이트 켜고 다니던 시절에 만든 법이 이제서야 바뀌어 일본산 장비를 국산화 했다"며 "국산차는 국산 장비로 검사할 수 있게 표준 장비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곽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70년대는 정비 방식이 기상천외했다. 찌그러진 문짝을 펼 때 흠집이나 굴곡이 생기면 퍼티(보수제)를 바르고 굳혀 사포질로 모양을 만드는데, 퍼티가 굳는데 1~2시간씩 걸려 효율이 떨어졌다. 해결책으로 연탄재를 스타킹 망에 걸러 퍼티와 섞어 사용했다.
그는 "연탄재가 습기를 빨아들여 신속하게 굳는다고 여겼다"며 "10분 만에 굳는 퍼티를 미국에서 들여와 전국을 돌면서 사용법을 교육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연탄재가 정비공장에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화학제품이 아닌 장비는 국산화에 공을 들였다. 곽 회장은 "서양에선 차량을 올려놓고 작업하지만, 한국 사람은 쪼그려 앉아서 일할 수도 있다"며 "우리 체형에 맞는 장비를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장비가 찌그러진 차량 철판을 펴고, 복원하는 클램프다. 40여년 전 처음 생산했다. "전국 모든 정비공장에 우리가 만든 클램프는 하나씩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분야는 도전과제다. 교통안전공단에서 첨단자동차 검사 기준을 준비하는데, 연구회사로 참여하고 있다. 곽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폐기하지 않고 다시 기능을 되살리는 제품을 올해 안에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곽 회장은 정비업계를 위한 봉사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달 한 차례씩 판금교육을 무료로 진행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을 달지 않으면 정비공장에서 최신 판금기술에 배울 기회가 마땅찮기 때문이다. 전국기능경기대회 차체수리 분야도 후원한다.
곽 회장은 "오토기기는 규모는 작아도 흔들리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1대, 2대 이렇게 사장 사진을 내걸고 회사가 지속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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