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텔이 7나노 공정 생산을 포기한 후 삼성전자와 TSMC 중 한 곳과 위탁생산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TSMC 중 한 곳과 논의하고 있으며, 2주내 관련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텔, 결국 7나노에서 멈추다
블룸버그는 8일(현지시간) 인텔이 2023년부터 생산하는 핵심 반도체칩 생산을 삼성전자, 혹은 TSMC에 맡기는 것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MD과 엔비디아의 파상공세에 밀리는 한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통의 파트너들도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이제 실제 반도체 생산도 멈추는 셈이다. 인텔은 최근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SK하이닉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다만 인텔의 7나노 공정 생산 포기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인텔은 이미 자체 7나노 공정 제작을 거의 포기한다고 밝혔으며, 이와 관련한 로드맵은 철저하게 파운드리 파트너와 함께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텔은 7나노 생산 계획을 연기한 후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선에서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보여주는 제국의 황혼과 더불어 그 물량을 누가 위탁생산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썩어도 준치' 인텔의 물량은 그 자체가 상당하기 때문에, 특정 파운드리 업체가 인텔과 손을 잡는다면 그 자체로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인텔이 7나노 공정 생산을 포기하면 그 후보군은 삼성전자와 TSMC 외에는 없다. 인텔 수준의 물량을 소화한 수 있는 곳은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전자와 TSMC 외에는 없으며, 7나노 공정 생산이 가능한 곳도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이'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블룸버그의 보도는 인텔의 최근 행보를 봤을 때 지극히 당연한 행보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인텔이 조만간 삼성전자 및 TSMC 등과 협의를 마치고 위탁생산 방식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2주 내 위탁생산 일정이 확정, 발표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인텔이 실제 물량을 삼성전자 및 TSMC에 밀어주는 것은 최소 2023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그림을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의 기회?
업계에서는 인텔이 TSMC와 삼성전자 모두에게 물량을 제공하면서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 사업자 TSMC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물량을 몰아줄 것으로 예상한다. TSMC가 글로벌 시장 1위 사업자인데다, 미국 팹리스 업체인 인텔 입장에서 미국 정부의 편으로 완전히 돌아선 TSMC와의 협업이 더 자연스러운 그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TSMC는 지난해 미국 공장 증설을 기점으로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차단한 후 미국 팹리스들과의 협업에 나선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다수의 파운드리 물량을 흡수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삼성전자도 고무적인 물량 수주에 성공했으나 TSMC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 인텔이 TSMC에 7나노 물량 전부를 밀어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삼성전자도 한 칼이 있다.
우선 인텔 입장에서 한 파운드리 업체에만 물량을 몰아줄 경우 리스크가 큰데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로드맵도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파운드리 존재감 강화에 나서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달성을 위한 삼성전자의 큰 그림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며 주로 파운드리를 통한 강력한 드라이브에 방점이 찍혔다.
선봉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섰다. 퀄컴, IBM 등 다수의 파운드리 물량 수주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편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Peter Wennink) 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CTO 등을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으며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함께 버닝크 CEO의 안내를 받아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공장도 방문해 EUV 장비 생산 현황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10월 오스틴 공장 인근 258에이커 부지를 매입해 현지 파운드리 시장 인프라 강화에 나서며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첫 일정을 파운드리 현장으로 잡기도 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등과 함께 평택 2공장의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한 후 반도체부문 사장단과 중장기 전략을 점검했다.
평택 2공장은 D램,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생산라인으로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 데 이어 올해에는 파운드리 생산을 위한 설비반입에 나서는 중이다. 이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한 후 평택 3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2021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삼성으로 도약하자. 함께 하면 미래를 활짝 열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말했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바탕으로 최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바짝 추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인텔 입장에서는 TSMC에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겠으나, 삼성전자도 충분히 인텔의 간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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