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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왜 공모주를 상위 25곳 기관투자자에 배정했나 - 조선비즈

입력 2021.03.13 06:00

쿠팡 공모주 받은 기관 투자자 100곳도 안돼
상위 25개사가 80% 물량 받아…"상당히 이례적"
"쿠팡 사업모델 이해도 높은 투자자 선별 한듯"

11일(현지시각) 쿠팡은 미국 증시에서 100조원 가까운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그런데 공모주 물량을 받아간 기관 투자자가 100곳도 안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증권가에선 쿠팡이 상장 이후 주가 오르내림이 심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관 투자자를 선별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쿠팡의 상장을 기념해 태극기가 게양됐다. / 그래픽=김란희
이날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공모가(35달러)보다 41% 높은 4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884억7000만달러(95조5000억원)로 2014년 상장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 이후 뉴욕 증시에 상장한 외국기업 가운데 가장 컸다. 장중 한때 시총이 979억7000만달러(111조원)까지 늘며 국내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102조원)를 웃돌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쿠팡이 25곳의 기관투자자들에게 공모 물량의 80%를 배정했다고 전했다. 특정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몰아준 비율은 다른 기업공개(IPO)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라고도 했다.

통상 IPO에서 공모주를 받아간 투자자 수가 적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수요가 적었거나, IPO를 주관하는 측에서 주식을 오래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에게 물량을 몰아주는 경우다. 쿠팡은 후자의 경우다.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주 매수 주문을 넣었으나 한 주도 받지못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공모주 일부는 기존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국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특수한 사업모델을 이해할 수 있는 소수의 기관 투자자들을 주요 주주로 계속 가져가고 싶은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쿠팡의 사업모델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2014년 중국 알리바바도 미국 투자자에겐 생소한 기업이었지만 흑자를 내고 있었고 경쟁이 심한 한국과 달리 견고한 1위 사업자였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미국은 한국과 달리 공모주를 개인이 배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기관 투자자가 상장 초반에 시장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공모주 배정 투자자가 적었다는 건 쿠팡의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정도로 한국 유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미국 기관 투자자가 적었다는 의미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시장보다는 한국 시장에 전념하겠다고 강조했다.

공모주 투자자를 선별하는 쿠팡의 움직임은 상장 후 주가 오르내림에 대한 회사의 우려가 크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세계 시장에서 쿠팡의 인지도가 높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일부 투자자는 사업모델을 이해했다기 보다 유명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와 블랙록이 주요 주주라는 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국립대학의 신장섭 교수는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아시아에 "쿠팡은 회사의 단점을 주요 글로벌 주주들이 보완해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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