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외면, 이용자 불만 고조
"연봉 인상, 결국 이용자가 부담할 것"
넥슨과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회사들이 임직원 연봉을 큰 폭으로 올리자 확률형 아이템에 불만을 느끼는 게임 이용자들이 "연봉 인상이 결국 유료 아이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며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넥슨은 전 직원의 연봉을 일괄 800만원 인상한다고 밝힌 후 전날까지 11개 게임업체가 연봉 인상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게임빌, 컴투스, 스마일게이트, 웹젠, 조이시티, 네오위즈, 베스파 등이다.
연봉 인상폭은 최소 600만원(네오위즈)에서 최대 2000만원(웹젠·크래프톤)까지 다양하다. 11개 업체의 개발직군 평균 인상폭은 1100만원에 달한다. 비개발직군은 평균 827만원이다. 전날 연봉 인상안을 발표한 엔씨소프트의 경우 별도의 성과급 조건도 내걸었다. 최대 실적에 대한 특별 보너스로 전 직원에게 8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연봉 인상에 특별 성과급을 더하면 연봉 인상폭은 개발직군 2100만원, 비개발직군 1800만원으로 뛴다.
게임회사들의 임직원 연봉 인상 흐름은 성과를 직원들과 분배한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게임회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계속되는 만큼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작이 의심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번 돈으로 게임회사들은 연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다.
지난해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회사들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게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3조1306억원으로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고, 넷마블도 전년보다 14% 늘어난 2조48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2조4162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첫 연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문제는 국내 게임사 매출의 상당 부분이 확률형 아이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들의 주 수익원은 확률형 아이템의 비율이 높은 역할수행게임(RPG)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넥슨의 경우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바람의나라 등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연매출의 88%가 리니지, 리니지2, 리니지M, 리니지2M, 블레이드앤소울, 아이온, 길드워2에서 나왔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2,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리니지2 레볼루션 등 RPG 장르가 매출의 64%를 차지했다.
이 게임들의 월정액 요금과 확정형 유료 아이템 비중은 5% 미만으로 전해졌다. 결국 게임회사 매출의 80%가량이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게임회사들의 연봉 인상 소식에 게임 이용자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 게임회사 연봉 인상 기사에는 "게임회사 직원 연봉도 확률형으로 지급하라" "특별 성과급 출현 확률은 0.00001%" "직급에 따라 연봉 인상 확률을 0.1~3%로 정해야 한다" "사원부터 대표까지 확률로 정해진 승진권을 팔아라" 등 조롱 섞인 댓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2M 이용자 A씨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끼리 연봉 잔치를 벌이는 모습에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연봉 인상을 이유로 게임회사들이 신규 아이템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있다. 게임회사들이 연봉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출을 상쇄하기 위해 신규 아이템의 가격이나 서비스 이용료(월정액 요금 등)도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봉 인상에 대한 모든 부담은 결국 게임 이용자들이 지게 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은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업체 간 경쟁으로 연봉 인상이 결정된 만큼 매년 연봉 인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며 "모든 부담이 이용자들에게로 향할 수 있으며 신규 아이템을 더 비싸게 내놓는 방법으로 아이템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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