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구조조정 바람이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지만 국책은행은 올해도 명예 퇴직자가 없을 전망이다. 열악한 퇴직 조건 탓에 명퇴가 사문화된 지 오래다. 퇴직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매년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 반발에 번번이 막히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등은 2015년 이후 명예퇴직자가 한 명도 없다. 산업·기업은행은 2014년에, 수출입은행은 2010년에 마지막 명퇴 신청을 받았다. 제도는 남아 있지만 명퇴한 직원이 없다. 기획재정부 방침에 따라 국책은행의 명예퇴직금 기준이 크게 내렸기 때문이다. 월평균 임금의 45%에 남은 퇴직기간의 절반어치를 곱해서 준다. 시중은행 명예퇴직금의 20~30%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노정호 기업은행 시니어노조 사무총장은 “명퇴를 하느니 임금피크제에 들어가 정년까지 버티는 게 당연한 상황”이라며 “고령자 비중이 매년 늘어나 조직이 급격히 노후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국책은행 명퇴 제도 현실화를 위한 노사정위원회에서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당시 각 국책은행장도 이 자리에서 퇴직금 수준을 올려줄 것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금융위원회는 제도 손질에 긍정적이지만 예산 권한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금융 공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퇴직금 상향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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