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거래의 구조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5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중공업 지분 16.14%를 쥔 최대 주주가 됐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외부자문사가 컨소시엄 3곳의 최종입찰 제안서를 검토한 뒤, 산업은행을 포함한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 평가를 거쳐 결정된다. 매각 주관사 역시 산업은행 M&A컨설팅실이 포함돼 있다. 산업은행의 목소리가 그만큼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아도 다른 주주협의회들이 KDBI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KDBI와 법적으로 분리돼 있고, 공개 입찰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산업은행이 KDBI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정성 논란이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KDBI의 이대현 대표는 산업은행 수석부행장 출신으로, 당연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교류가 적지 않다. 이 대표는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서는 KDBI의 등장에 유력 주자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GS건설(006360)등이 두산인프라코어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본입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KDBI가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다른 입찰자들은 "어차피 들러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누가 봐도 이상한 구조"라며 "산업은행과 경쟁하는 그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다른 입찰자들은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본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굳이 산은 자회사와 티격태격 다툴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다른 잠재 매수 후보자들의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는 두산인프라코어 때와 달리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부건설을 대표로 한국토지신탁과 NH투자증권PE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서 대항마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예비입찰에는 각각 참여했지만 인수 경쟁력을 위해 본입찰에는 컨소시엄을 함께 꾸려 나섰다. KDBI·케이스톤파트너스와 달리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의 조합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한진중공업의 건설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주요 자산으로 꼽히는 부산 영도조선소 부지에 대한 지역 여론도 변수다. 조선업과 무관한 투자자가 한진중공업을 인수할 경우 조선 부문을 접고, 영도조선소 부지 28만㎡(약 8만평)를 개발 자산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건의문을 발표하면서 지역 조선산업 존속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맞물려 있어 조선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SM상선 컨소시엄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다음주 중으로 한진중공업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가 정해질 예정이다. 최근 한진중공업의 주가는 7000원에서 9000원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초 4000원대였던 것과 비교해 2배 이상 뛰었다. 주가를 고려하면 이번 매물로 나온 한진중공업 지분 83.45% 매각가는 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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