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00명의 2배 수준 역대급 실적 삼성전자, 기대와 우려 동시에 이재용 부회장 취업제한 문제 거론되기도
17일 오전 8시 30분 수원 영통구 수원컨밴션센터 앞에는 국내 주식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동학개미’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에 열리는 삼성전자의 제52기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지난해 말 기준 295만명으로 국내 최다다.
지난해 같은 곳에서 열렸던 제51기 주총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교적 한산했다. 전년인 2019년에는 1000명이 주총에 몰렸는데, 지난해에는 절반 이하인 400여명 만이 주총장을 찾았다.
올해는 높아진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해보다 주총장을 찾은 주주 숫자가 크게 늘었다. 9시 기준으로는 475명, 10시 기준으로는 750명을 넘었다. 회사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에 투자한 주주들이 많아져 주총장을 찾은 주주들도 그에 비례해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최종 참석 인원은 9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주총장을 찾을 주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7개였던 주주명부 확인 데스크를 48개로 크게 늘렸다. 행사 진행 인력도 2배 이상 배치했다.
이날 주총은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미리 온라인 생중계 신청을 받고, 주주에게 중계 주소(URL)를 별도로 안내했다. 그러나 이날 온라인 중계를 몇 명이 시청했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비밀 사항"이라고 했다.
수원컨밴션센터의 1층과 3층 대형 홀에 마련된 주총장에 들어서려면 2~3단계의 방역 과정을 거쳐야 했다. QR 코드 등으로 행사장 출입 이력을 남겨야 했고, 손 소독과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등이 이어졌다. 여기까지는 여러 시설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주 명부 확인까지 마친 주주들에게는 노란 봉투가 전달됐는데, 여기엔 삼성전자의 영업보고서 등이 담겨 있었다. 또 개인 손소독제와 감염 차단용 마스크도 있었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관심을 크게 끌었던 제과·제빵 브랜드 ‘아티제’의 간식 세트는 이날 제공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실내 취식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장을 찾은 주주 김모씨(남45)는 "매번 맛있게 (간식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없어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신 삼성전자는 아티제 기프트 카드 2만원권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해당 기프트 카드는 이날 주총을 위해 특별 제작된 것이라고 한다. 카드 표면은 삼성을 상징하는 푸른색으로 꾸며졌다.
주총장 내부는 거리두기를 위해 좌석 간격을 크게 벌려놓았다. 또 방문 이력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정좌석제가 시행됐다. 주총장에서는 물론 전자투표를 통해서도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대한 전자투표는 주총 전날인 16일 오후 5까지 진행됐다.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확대로 반도체·가전 수요가 크게 늘면서 삼성전자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은 실적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는 한편, 글로벌 경제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보냈다. 이와 관련한 삼성전자의 전략과 계획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발언권을 얻은 주주 서모씨는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분야의 경쟁력을 언급하며 "업계 1위 업체를 언제쯤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반도체 부문장)은 "삼성전자는 비록 파운드리 사업 진출은 늦었으나, 현재 파운드리 업계의 가장 큰 화두인 미세공정 경쟁력은 잘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술 경쟁력과 적기 투자 등으로 경쟁력을 더 키워 업계 1위 업체를 뛰어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주는 삼성전자의 경쟁사 LG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왜 만들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경쟁사의 OLED는 굉장히 훌륭한 기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삼성전자도 그에 못지않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마이크로LED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는데, 조금 더 기다리면 일반 소비자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 주주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계속 축소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고동진 IM 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굉장히 송구스러운 질문이다"라며 "삼성전자는 기술력에서는 세계 최고이나, 브랜드 선망성에 대해서는 (애플 등 경쟁사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고 사장은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TV,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를 가장 많이 만들고 있고, 이들을 하나로 묶는 ‘스마트싱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스마트싱스로 대표되는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이 갖춰지면 ‘삼성 제품을 쓰는 것이 굉장히 편리하구나’로 이어져 브랜드 선망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한 주주는 최근 제조업 전반에 닥친 반도체 등 핵심 부품 품귀 현상이 삼성전자에 미치는 피해에 대해 질문했다. 고 사장은 "반도체와 관련한 핵심 부품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어서 각 사업부장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해외를 누비며 협력사를 만나고 있고, 매일 아침 관련 문제에 대해 임직원들이 논의하고 있다"며 "2분기까지는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모든 사람이 노력하는 만큼 경영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주총장 앞에서는 삼성전자에 다소 불편한 집회도 있었다. 현재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취업제한 문제와 맞물려 경제개혁연대·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들의 기자회견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이 부회장 취업제한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과 대응을 촉구했다.
이에 대한 주주 발언도 있었다. 한 주주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가법) 14조에 따르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 등의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관련 기업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데, 왜 이사회는 이 부회장의 해임을 결의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 사업 결정 등 이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주총은 오후 12시 20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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