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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며 난방한다"…'비트코인 채굴기 겸 보일러' 등장 [비트코인 나우] - 한국경제

8> 암호화폐와 ESG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7000만원을 넘어선 지난 14일 빗썸 시세판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7000만원을 넘어선 지난 14일 빗썸 시세판 모습.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올 겨울에는 아버님 댁에 이걸 놔드려야 하나. 비트코인을 채굴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오는 열(熱)을 활용해 집을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채굴기 겸 보일러'가 등장했다.

20일 외신에 따르면 채굴기 제조업체 와이즈마이닝은 비트코인 채굴로 난방하는 '사토'라는 이름의 보일러를 4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100대 수량을 정해놓고 사전 주문을 받고 있다. 가격은 8990달러(약 1000만원). 0.15222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도 있다.

업계가 이런 제품을 개발한 것은 비트코인이 늘 비판받는 포인트인 '환경 오염론'에 대한 반격 차원이다. 와이즈마이닝 측은 "비트코인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많은 게 채굴 과정의 에너지 소비"라며 "가정에서의 채굴은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할 뿐만 아니라 채굴에 대한 환경 측면의 비판도 무색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에도 채굴에서 나오는 열을 증류주 제조에 활용한 '이더리럼', 토마토 기르는 데 쓴 '크립토마토' 등의 실험이 이뤄졌다. 비트코인닷컴은 "디지털 자산이 어마어마한 전기를 소모한다는 비판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집을 난방하는 '사토'. 와이즈마이닝 제공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나오는 열로 집을 난방하는 '사토'. 와이즈마이닝 제공

암호화폐는 거래소에서 구매할 수도 있지만 컴퓨터로 복잡한 연산을 수행한 대가로 지급받을 수도 있다. 광산에서 귀금속을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채굴이라 부른다. 코인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막대한 연산능력을 필요로 한다. 컴퓨터를 바쁘게 돌려야 하니 당연히 전기를 많이 쓰게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는 비트코인과 관련된 전기 소비량을 연간 약 40~445TWh(테라와트시)로 추산했다. 중간 추정값은 약 130TWh. 아르헨티나의 1년치 전기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이 비트코인 네트워크 운영자들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3분의 2가량은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것으로 파악됐다.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할수록 더 많은 채굴자가 뛰어들고, 생성·유지에 필요한 연산능력이 높아지는 만큼 전기 소비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BBC는 "비트코인 채굴에는 1초당 1해6000경회의 연산이 이뤄진다"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이들 연산은 실제로는 별다른 쓸모있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기 낭비'라는 것이다.

암호화폐 채굴에서 나오는 열을 증류주 제조에 활용하는 실험. 비트코인닷컴 제공

암호화폐 채굴에서 나오는 열을 증류주 제조에 활용하는 실험. 비트코인닷컴 제공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난 17일 '비트코인의 작고 더러운 비밀'이라는 보고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 비트코인은 평균 이하 자산"이라고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비트코인 거래 한 번에 300㎏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비자카드 한 번 긁는 것보다 75만 배 많다"고 비판했다.

비트코인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는 나스닥 직상장을, 채굴 전문업체 사이퍼마이닝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우회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요새 떼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금융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ESG에 역행하는 업체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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