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와 함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쿠팡이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시초가 대비 40.71% 급등한 49.25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환상적인 데뷔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35달러로 정해진 공모가는 장중 한 때 69달러까지 치솟으며 쿠팡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시가총액은 종가 기준 840억달러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 지분 10.2%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10조2048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식부호 리스트에서 단숨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상속 후 약 14조원)에 이은 2위로 올라섰다.
그 연장선에서 김범석 의장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적은 대규모 자금유치였으며, 뉴욕증시 상장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국에도 유니콘이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의 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김 의장과 쿠팡에 대한 업계의 시선이 함축되어 있어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제 김범석 의장에게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걸었던 혁신의 승부사라는 길과, 검은머리 외국인이라는 극단의 길이 펼쳐졌다. 선택은 김 의장의 것이다.
"혁신의 승부사"
1978년 10월 태어난 김범석 의장은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경영대학원에 진학했으나 6개월만에 중퇴한다. 대학원 재직 당시인 1998년 커런트라는 잡지를 만들어 2001년 뉴스위크에 매각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일각에서는 쿠팡에 투자를 결정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 유학 시절, 대학생 신분으로 전자사전을 발명해 샤프에 매각한 일화를 떠올리기도 한다.
하버드를 졸업한 김 의장은 잠시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입사해 2년간 일했으나 2004년 월간지 빈티지미디어컴퍼니를 설립한 후 2009년 매각, 2010년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설립했다.
처음에는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티몬 및 위메프와 출혈경쟁을 불사하는 난타전을 벌였으나 2017년 전격적으로 오픈마켓을 기반에 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오프라인 유통에 이커머스의 외피만 뒤집어 쓴 공룡들이 즐비하던 시절 '신유통'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통해 판을 바꾼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의 전략과 비슷하다.
쿠팡의 질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비록 적자는 계속 늘어났으나 이커머스의 판을 최저가 경쟁에서 로켓배송을 통한 배송경쟁으로 완전히 변화시켰고, 쿠팡플레이와 같은 OTT를 비롯해 아마존의 가두리 양식장 전략을 차용한 플랫폼 전략을 적극 가동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는 일종의 호재가 됐다. 온택트 트렌드가 강해지며 이커머스의 규모가 불어났으며, 쿠팡은 단숨에 네이버와 함께 게임 체인저의 자리에 등극했다. 일부 적자폭을 줄이는 것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두 개의 기둥'으로 성장한 셈이다.
최근에는 이커머스 업계의 흐름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선언하자 CJ와 협력하는 네이버가 신세계와도 2,500억원 주식교환을 통해 서둘러 반 쿠팡전선을 구축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볼 이유가 있다. 이제 쿠팡의 움직임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하고 주시하는 수준까지 왔다.
사실상 김범석 의장의 '마법'이다.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에 돌입하며 주주들이 김 의장에게 차등의결권을 보장하도록 동의한 것도 결국은 김 의장의 경영 후각에 절대적인 믿음을 주고있기 때문이다.
한편 그의 사업 행보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혁신기업의 딜레마’로 유명한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다. 김 의장에게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그는 "기업가의 혁신으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이론으로 유명하다. 현재 쿠팡 이사회에는 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아들인 매튜 크리스텐슨이 참여하고 있다.
"검은머리 외국인"
김 의장은 7살 때 대기업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며, 현재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의장은 "검은머리 외국인"이며, 쿠팡의 성장과 발전은 한국의 과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쿠팡은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김 의장은 미국 국적자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소프트뱅크는 일본 회사인데다 뒤이어 쿠팡 지분을 보유한 비전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본이 주력이다. 사업만 한국에서 하고 있다.
김 의장이 상장 직후 "우리의 목적은 대규모 자금유치였으며, 뉴욕증시 상장은 당연한 일"이라며 "한국에도 유니콘이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대목이 묘한 울림을 던지는 이유다.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다국적 기업 쿠팡을 두고 그가 '한국의 유니콘'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심지어 쿠팡은 뉴욕증시 상장과 함께 커다란 태극기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한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이러한 프레임은 큰 의미가 없다. 네이버도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일본을 중심으로 사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쿠팡과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 강자의 배후에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버티고 선지 오래됐으며, 이제 우리는 사업의 국경이 없고 ICT 기술이 시공간을 돌파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무엇보다 쿠팡의 경우 다수의 일자리를 한국에서 창출하고 있다. 쿠팡의 성장에 한국이 '기뻐할 이유'는 충분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 여전히 김 의장을 두고 기존 관념의 틀로 재단하려는 시선이 있는 상황에서, 김 의장의 쿠팡이 갖은 노동이슈 등에 있어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부담이다. 특히 택배 노동자들의 권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과 쿠팡맨의 처우 개선을 두고는 노동법 관련 리스크도 있다. 김 의장이 향후 넘어서야 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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