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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로 BMW 뽑았죠…연봉 인상 줄잇는 판교는 딴세상 - 매일경제 - 매일경제

#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는 A씨는 기존에 타던 소형차를 BMW 5시리즈로 바꾸려고 알아보는 중이다. 내년 아이 진학에 맞춰 차를 사려 했지만, 올해 예상보다 연봉이 많이 올라 차를 일찍 바꾸게 됐다. A씨는 "연봉협상이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며 "최근에 같은 팀 개발자 몇명이 이직한 영향인지 인사팀에서 먼저 기존보다 높은 인상률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올해 초 넥슨으로 시작된 연봉인상 릴레이가 게임업체는 물론 IT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자들은 4차 산업혁명과 빠른 디지털 전환으로 `귀하신 몸`이 됐다. IT기업들은 인력 유출을 막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상을 내세우고 있다. 과거 낮은 연봉과 힘든 근무환경으로 개발직군은 3D업종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IT업계 몸값을 높이는 장본인이 됐다. 수 년간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 조건으로 받는 보너스를 일컫는 사이닝 보너스가 IT업계에 일반화 되면서 목돈도 늘었다. 숨통이 틔인 직원들은 빚 상환에 나서거나 부동산과 차를 알아보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판교 소재의 IT 대기업 직원은 "연봉 인상 1월 소급분에 인센티브, 연말정산까지 목돈이 들어왔다"며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차 한대 뽑을 정도 받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판교 BMW 매장에서 만난 딜러는 "주말은 시승과 상담이 꽉 차있다"며 "이미 연봉 수준이 높은데다 최근에 인상까지 이뤄진 영향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1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방문객으로 가득 찼다. [사진 = 배윤경 기자]
사진설명11일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에는 점심시간을 맞아 방문객으로 가득 찼다. [사진 = 배윤경 기자]

연봉 오르자 부동산 기웃…지역상권도 숨통

성남 분당은 지난 2019년 말부터 매년 2~3억원씩 집값이 뛰었다. 부동산 규제 탓에 연초까지만 해도 거래가 주춤하는 듯 했지만 대규모 성과급이 풀리면서 최근 들어 다시 집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월세를 찾던 판교 직원들이 전세로, 전세를 찾던 직원들은 매매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세 보증금 1억5000만원 이하 오피스텔은 품귀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판교 IT기업들에 근무하는 미혼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가격대다. 판교 IT기업 상당수가 주택 매매나 전세 거래시 대출 이자를 지원해주는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보통 50만원 정도의 한도 내에서 주택자금 관련 대출 비용을 실비로 지원한다.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이면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꽉 채워도 이자 부담이 거의 없다.

성남 분당의 공인중개사 B씨는 "사실상 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올해 초 문의가 급격히 줄었는데 최근 한 달여 사이 급매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라면서 "예전 신입사원들은 반전세를 알아보는 경우가 흔했는데 요새는 회사가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지원해 준다며 전세를 찾아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IT업계 재택근무 확산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렸던 판교 테크노밸리 상권 역시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만 해도 지나 다니는 사람이 없어 유령도시 같던 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들고 이름난 가게에는 줄을 섰다.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당가는 점심 때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직장인들이 오지 않아 점심 장사를 아예 접었던 고급식당은 최근 예약이 늘자 운영시간을 늘렸다. 한 일식집 직원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손님이 오지 않아 브레이크 타임을 늘렸는데 최근 이를 다시 줄였다"며 "1~2건에 불과하던 평일 저녁 예약도 현재는 거의 다 차서 만실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사진설명[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넥슨발 연봉 인상경쟁…억대연봉 신입사원도 나올 듯

IT업계 연봉 인상 러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엔씨소프트가 개발직군은 최소 1300만원씩, 비개발직군은 최소 1000만원씩 연봉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봉 인상과 정기 인센티브와는 별개로 CEO 특별 인센티브도 800만원씩 지급한다. CEO 특별 인센티브는 정규직원은 물론 계약직, 파견직, 인턴 등 직무와 직책 구분없이 모두 준다.

또, 엔씨소프트는 대졸 초임제를 폐지해 비포괄임금제 기준 개발직군은 5500만원, 비개발직군은 4700만원부터 연봉을 책정하기로 했다. 이는 최소 보장 개념으로 상한선이 없어 전문성에 따라 업계 최소 수준의 연봉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달에 가장 먼저 전직원 800만원 연봉 인상 계획을 밝힌 넥슨은 신입 개발자 연봉을 5000만원으로 올렸다. 이어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가 모두 전직원 연봉을 800만원씩 올렸고 크래프톤은 개발직군 연봉을 일괄 2000만원 인상해 6000만원으로 정했다.

게임업계 뿐만 아니다. 판교 소재가 아니더라도 IT업계 전반에서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은 개발자 연봉 최저 5000만원을 선언했다. 야놀자는 최근 전 직원에게 1000만원씩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한 지난해 경력직 개발자들에게 사이닝 보너스 5000만원을 안겼다.

IT업계 관계자는 "업무량에 비해 박봉으로 고생했던 개발자들의 연봉이 오르면서 비개발직군까지 덩달아 연봉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고 있다"며 "경쟁업체의 연봉이 인상되면 아직 연봉이 오르지 않은 곳도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연봉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IT업계 연봉 인상 러시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한 대형 게임업체의 일반직 직원은 "개발자 연봉이 오르면 덩달아 오르니 좋기는 하지만 우리(일반직)은 상대적으로 덜 올라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오른 연봉 덕분에 가족들과 근사한 여행이라고 해볼까 싶다"고 덧붙였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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