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나선다..."소송 본질 다퉈보지도 못해" 경영진 질타 - 미디어SR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회사 측에 글로벌 기준 이상의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체계를 갖추라고 지적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ITC는 지난달 10일(미국 현지시간) 최종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의 10년간 미국 내 수입 수입을 금지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회사의 이사회가 ITC 최종 결정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전날 확대 감사위원회를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확대 감사위원회에는 김종훈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는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이사회는 회의에서 SK이노베이션이 ITC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대응 등을 검토하고,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으로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석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대표감사위원은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방어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ITC는 SK 측의 문서 삭제 행위와 문서 삭제를 은폐하려는 시도가 노골적 악의(flagrant bad faith) 하에 이루어졌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기업문화'라고 이르는 비판적인 평가를 판결문에 적시한 바 있다.

이사회는 이번 소송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내부적으로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를 재정비하고, 외부 글로벌 전문가를 선임해 완벽한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도 주문했다. 유사 상황 재발을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배터리 소송전 협상 조건도 검토했다. 이사회 내 감사기구인 감사위원회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도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차원에서 ‘배터리 소송전’ 합의 조건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아울러 최종 합의가 어려울 경우 미국 배터리 시장 철수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리뷰 기한이 한 달 정도 남은 가운데 양사의 배상금에 대한 입장 차는 상당히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사회는 기존에 소송 경과를 보고받았으나 이번 회의를 통해 ITC 최종 판결 이후 자사가 LG 측에 제시한 합의 및 협상 조건에 대해서도 (이사회가) 검토하게 됐다”면서 “이사회가 언급한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이 결국 금액과 관련된 부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미래의 손실까지 고려해 수조원대 합의금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대 합의금이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양측의 시각차는 SK이사회의 검토 하에도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2년간 이어진 배터리 소송전의 최종 합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SK 측이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만한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연하게 협상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분납’ 등이 가능할 뿐 사실상 요구한 합의금 수준의 조정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조만간 ITC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 시일에 직접 대덕 배터리 연구원 등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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