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력 유출 방지에 안간힘
수년간 인력 수요와 공급 불균형 심화
"LG·SK 분쟁 같은 사례 증가할 것"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는 2018~2020년 입사한 대졸사원을 대상으로 최근 면담을 했다. 면담은 업무현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면적으로는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등을 듣고 애로사항에 대한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조기에 저연차 직원들의 동향을 파악해 이탈을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앞서 지난 2월 삼성SDI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096770)은 배터리 연구직과 기술직 경력사원 지원서를 받았다. 곧바로 면접 등 채용에 대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도 지난 2월 경력직 채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설계부터 통신칩 개발, 파운드리(수탁생산)와 차세대 반도체 부문 등 총 42개 부문에서 지원서를 받았다. 채용 규모가 세자릿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 개발과 반도체 팹(공장) 공정, 데이터 분석 등 핵심 부문에서의 경력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상태다.
이와 별도로 삼성전자보다 경력직 채용 공고를 늦게 냈던 SK하이닉스는 우수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2월 중순부터 설계, 소자 등 12개 분야에서 수시채용으로 신입사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동종업계는 아니지만, 기존 회사에서의 업무 적용성 등을 고려해 저연차 직원들이 ‘중고신입’ 형태로도 취업전선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며 "꼭 동종업계가 아니라도 대기업에서 수시채용 공고를 내면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은 경쟁사와 비교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에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이는 풍부한 연구개발(R&D) 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인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산업기술인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오는 2029년까지 차세대반도체 등 5대 유망 신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인력은 15만5000명이다. 2019년 말 기준 부족 인력은 2845명, 부족률은 2.5%다. 석·박사급 인력의 부족률은 4.2%로 높게 나타났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대학 내 반도체 학과도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력을 뽑아 교육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기업들의 경력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인력들이 돌고 도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반도체 관련 학과 신설을 추진하지만 대학 정원 문제로 반발이 심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로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도 부담이다. 중국의 경우 2~3배 높은 연봉은 물론, 사택 등까지 얹어주는 등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핵심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기업에선 내부 직원들을 잡아 두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한 반도체 기업 직원은 "인사담당자가 이직을 고려 중인 직원에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고려해 대규모 신입사원을 채용하기보다 경력 채용을 늘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면서도 "동종 업계 내에서 이직 시에는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는 대신 해당 직원에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인력이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제한된 인원을 서로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기술경제시대에서는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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