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도 상무급에서 전무급으로 격상
미국 퀄컴 출신 임명
ICT업계 나도나도 '반도체 개발' 열풍
구글, 페이스북 등도 "독자칩 개발"
중국 바이두, 바이트댄스도 참전
삼성전자 설계·생산 역량 뛰어나
구글, 테슬라와 자율차용 칩 개발 협력
삼성전자, "사업 확장할 것"
사진=한경DB
양복으로 빗대 설명하면,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본인이 입을 정장(반도체)을 직접 디자인·제작했고 △고객 정장은 맞춤형으로 '제작'(파운드리)만 했다. 앞으론 고객의 옷을 '디자인'하는 사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 사업은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는 삼성전자의 시스템LSI사업부가 맡고 있다. 물론 현실 속의 맞춤형 양복점과 달리 삼성전자는 주요 대형 고객사를 중심으로 디자인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움직임을 가장 먼저 본격화한 것은 애플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AP 'A' 시리즈를 2000년대 중반부터 자체 개발했다. 성능에 대해서도 인정 받고 있다. 애플 아이폰12에 들어가는 'A14 바이오닉' 칩은 경쟁 제품인 스냅드래곤(퀄컴), 엑시노스(삼성전자)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신감을 얻은 애플은 지난해부터 노트북인 맥(Mac)에도 자체 개발한 반도체인 'M1' 칩을 넣고 있다.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에서 독립, 맥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개발해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애플을 성공을 지켜본 ICT업체들이 너도나도 반도체 독자개발에 욕심을 내고 있다. 최근엔 중국 정보기술(ICT) 업체들까지 동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틱톡 본사에 있는 로고(왼쪽)와 중국 베이징의 바이트댄스 본사 로고. AFP 연합뉴스
과거 애플도 상황은 비슷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택했다. 2000년대 초반 아이폰 출시를 구상하고 있던 스티브 잡스와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아이폰 AP 공동개발', '삼성전자가 AP 전량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07년 1세대 아이폰 AP부터 아이폰4S에 들어간 AP인 'A5'까진 두 회사가 사실상 함께 만든 것이다. 생산은 전략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이뤄졌다. 선물을 주고 받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애플이 맥에 들어가는 M1 칩을 공개했다. 사진=AFP
삼성전자가 구글, 아마존, 바이두 등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는 것도 '고객 맞춤형 설계' 사업 진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은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다. 구글 등 ICT업체들이 개발하려고 하는 서버용 칩, AI(인공지능)칩 등을 보완하는 성격이 강하다. 고성능 AI칩이 나오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더 많은 메모리반도체가 필요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윈윈'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주력사업인 파운드리도 직접적인 수혜가 가능하다. ICT업체들은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어 자체 개발한 칩을 생산할 파운드리업체가 필요하다. 칩의 설계와 생산은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 삼성전자가 설계에 도움을 주면 자연스럽게 생산(파운드리)까지 협업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우려도 나온다. 비(非)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산업 진출이 삼성전자, 인텔 같은 기존 반도체업체의 시장을 잠식하고 실적을 감소시킬 것이란 우려다.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이 AI 반도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론 삼성전자에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란 주장도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한 중국 바이두의 AI칩 '쿤룬'. 삼성전자 제공
구글, 페이스북, 테슬라 등도 자체 칩 개발을 삼성전자와 함께하고 있다. 최근엔 구글, 테슬라가 삼성전자에 자율주행차용 칩 개발을 맡겼다는 소식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 맞춤형 칩(Custom SoC) 사업의 역량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Custom SoC팀장도 상무에서 전무로 올렸다. 삼성전자는 이태원 전무에게 Custom SoC사업팀장을 맡겼다. 이 전무는 미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팹리스) 퀄컴 출신으로 퀄컴코리아 사장을 거쳐 2020년 1월부터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맡았던 김성우·선경일 상무도 Custom SoC사업팀에 합류했다. 지난해초부터 이 팀에서 근무한 박진표·박봉일 상무를 포함해 임원만 총 5명인 작지 않은 조직이 된 것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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