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들도 연령과 목적이 제각각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길을 찾는 20대 대학생 무리 옆으로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고, 자재 등을 실은 1톤 트럭 뒤편으로는 손을 잡고 가게들을 구경하는 젊은 연인이 걸어간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의 반경 5㎞에는 2010년대 초중반 수제화 공장 300여곳과 부자재 판매상 200여곳이 밀집한 수제화거리로 유명해 졌다. 용도지역상 공업지역이기 때문에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정도를 제외하면 개발이 제한됐고, 이 때문에 공업사나 의류 공장, 구두 공방 등의 오래된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공업지대 특유의 거친 분위기가 나면서도 프랜차이즈 매장이 드문 덕에 최근에는 고유한 디자인 콘셉트를 가진 상점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청담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설 법한 초고가 브랜드는 아니지만,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은 패션이나 가구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지역이란 인식이 생긴 덕이다.
원예용품과 식물, 디자인 화분으로 공간을 채운 플랜테리어(식물과 인테리어의 합성어) 가게 ‘틸테이블’과 여러 브랜드의 가구를 모아 판매하는 ‘편집샵 토우드’, 디자이너 가구를 판매하는 ‘사무엘 스몰즈’ 등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입소문을 얻는 매장들이다.
카페거리 끝자락에 자리한 ‘아더 스페이스 2.0’ 앞에는 평일 오후에도 십여 명 정도가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4년 설립된 한국 패션브랜드 ‘아더 에러’가 지난해 7월 성수동에 연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다. 2층에는 인테리어용 예술 소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운영한다.
20대 대학원생인 김희연씨는 "소셜미디어에서 특이하고 예쁜 매장이라고 소문이 나서 직장인인 남자친구의 휴무일에 맞춰 찾아왔다"면서 "성수동은 감성 있는 가게가 많은 느낌이어서 카페나 폅집숍 등을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유통 대기업들도 성수동을 주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오설록티하우스와 화장품 체험 공간을 접목한 ‘아모레 성수’를 열고,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 등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출점 등을 고려할 때 지역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는데 기간 한정으로 이케아를 소개하는 실험적인 ‘랩(Lab)’ 매장인만큼, 도심에서 많은 소비자들이 방문할 만한 곳을 선택했다"면서 "성수동이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최신 유행하는 상권으로 주목받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성수동 상권을 형성한 1등 공신인 수제화 거리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이따금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통과하는 행인과 차량들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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