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시장 세계 1위 퀄컴에 주문 폭주…칩 공급부족 심화
삼성·애플, 폰 생산 비상…일부 국가선 중저가모델 단종
퀄컴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가 품귀 현상을 보이면서 스마트폰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중국에서 열린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퀄컴 칩이 들어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칩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생산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업체는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CPR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전월 대비 증가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로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서 스마트폰업체들의 반도체 AP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 주문은 시장 점유율 세계 1위(2020년 출하량 기준 30.7%) 퀄컴에 몰렸다. 퀄컴은 공장이 없는 팹리스(설계 전문업체)여서 생산을 대만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에 맡긴다.
비슷한 시기 다른 팹리스의 생산 주문도 파운드리에 몰리면서 주문이 1년 이상 밀린 상황이다. 퀄컴의 중급 AP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이 한파로 최근 2주 이상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된 것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켰다.
TSMC 등 파운드리와 퀄컴 등 팹리스들은 제품·서비스 단가를 20% 이상 올리며 ‘공급자 우위’ 시장의 과실을 따먹고 있다. 스마트폰업체들은 초긴장 상태다.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이구동성으로 “퀄컴 칩이 부족해 스마트폰을 못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AP 부족이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PR에 따르면 스마트폰 세계 출하량은 지난 1월 전월 대비 6.0% 감소했다.
업체들 "재고 바닥나…가격 상관없다, 제발 칩 달라" 아우성
류웨이빙 샤오미 부회장(중국 지역 대표)이 지난달 24일 중국 SNS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샤오미는 세계 3위(작년 4분기 기준 점유율 11%) 스마트폰 업체로 상당한 ‘바잉파워(구매 협상력)’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의 재고가 바닥난 칩이 들어가는 모델을 단종시키고 있다. 업계에선 “반도체 쇼티지(품귀)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퀄컴의 스냅드래곤 AP 리드타임은 약 30주, 블루투스 칩은 약 33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퀄컴에 주문을 넣으면 7~8개월 뒤에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 7위 스마트폰 업체 중국 리얼미 고위관계자는 최근 “퀄컴의 AP, RF칩이 바닥났다”고 밝혔다.
‘퀄컴 쇼티지’의 1차 원인으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가 꼽힌다. 세계 2위까지 치고 올라왔던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힘을 잃으면서 샤오미, 오포, 비보, 리얼미 등이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770만 대로 21% 감소했지만 샤오미 출하량은 1억4580만 대로 전년 대비 17% 늘었다. BBK그룹 산하 오포, 비보, 리얼미의 연간 출하량 합계는 2억6270만 대로 삼성전자(2억5570만 대)를 처음으로 제쳤다.
화웨이와 달리 샤오미, 오포 등은 반도체 개발 능력이 없어 미국의 퀄컴에 주문이 몰렸다. AP를 자체 생산하는 애플도 핵심 부품인 5G 모뎀칩은 퀄컴에 100% 의존한다. 그러나 퀄컴은 생산시설이 없어 삼성전자, TSMC 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비가 살아나면서 AP뿐만 아니라 PC, 게임기, 인공지능 기기용 반도체 등을 생산해달라는 주문이 몰리면서 퀄컴 칩의 리드타임이 30~33주까지 늘어났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2주 넘게 ‘셧다운(가동 중단)’ 상황인 것도 공급 부족에 기름을 부었다. 오스틴 공장에선 퀄컴의 AP, RF칩 등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P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돌아서면서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퀄컴과 미디어텍 등 칩을 설계·판매하는 팹리스와 TSMC 등 파운드리 업체들은 15~20% 수준의 단가 인상에 나섰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엔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업계에선 “칩을 확보할 수만 있으면 가격은 문제가 안 되는 상황에 몰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샤오미 등 일부 스마트폰 업체는 중동,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재고가 바닥난 칩이 들어가는 중저가 모델을 단종시키고, 재고가 남아 있는 칩이 들어가는 모델을 긴급 투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TSR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전월 대비)했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 1월 6.0% 감소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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