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7.5%…8년 만에 최대폭
대졸 초임 4800만원으로 상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26일 이 같은 임금 인상안 합의 내용을 사내게시판에 공개했다. 7.5%는 기본급 평균 인상률 4.5%와 성과 인상률 3%를 합한 수치다. 임금 인상률은 직급과 고과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 적용된다. 성과 인상률은 ‘가’ ‘나’ ‘다’ 등급으로 차등해 결정한다. 최고인 ‘가’ 등급을 받으면 인상률이 3%를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직급별로는 젊은 직원들의 인상률이 높았다. 고졸 신입사원과 대졸 대리급(CL 1~2) 사원의 인상률이 11%에 달했다. 대졸 초임은 종전 4450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350만원 올렸다. 전 직원에게 지급되는 복지포인트 역시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번 임금 인상은 매월 나눠 지급하는 기본 연봉과 관련한 것이다. 보너스에 해당하는 성과급인 초과이익성과급(OPI·연 1회 최대 연봉 50%)과 목표달성장려금(TAI·연 2회 최대 기본급 100%) 등은 이번에 합의한 인상안과는 별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웠음에도 임직원의 노고에 힘입어 좋은 경영성과를 냈다는 점을 고려해 연봉 인상률을 높게 잡았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주요 기업의 1.2~1.4배 수준의 임금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연봉인상률이 확정됨에 따라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다른 전자계열사도 직원 임금 인상률을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IT發 '연봉 인상' 결국 합류…LG전자 9% 올린 것도 영향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2700만원(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1위다. 삼성전자는 그간 경쟁업체보다 1.5배 가까이 높은 연봉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아왔다. 사원협의회와 벌였던 그동안의 임금협상에서 이렇다 할 잡음이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게임과 IT 플랫폼 기업 간 인재쟁탈전이 벌어진 게 시작이었다. IT 기업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박탈감을 느낀 제조 대기업 직원들도 동시다발적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 역시 직원들의 불만이 확산된 배경 요인으로 꼽힌다.
노사 자율조직인 삼성전자 사원협의회의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올해 새로운 임금이 적용되는 지난 21일에도 임금인상률을 결정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통상 3월 초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3월 월급날부터 인상분을 지급해왔다. 사원협의회는 기본 인상률 6%를 요구한 반면 사측은 3%를 고수한 탓에 협상이 길어졌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표면적으로는 중간 지점인 4.5%에서 기본 인상률을 정하는 타협이 이뤄졌다. 하지만 직급과 인사고과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성과 인상률 3%까지 더한 실질 인상률은 7.5%에 이른다. 임금 수준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사원~대리급 직원에겐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적용했다. 고졸 신입사원~대졸 대리에 해당하는 CL1~2 등급 직원의 평균 임금 상승률은 11%에 달한다. 이번 협상을 두고 ‘사원협의회의 완승’이란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를 통해서 임금과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며 “이들의 의견이 임직원들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종업계 대기업인 LG전자가 올해 임금 인상률을 9%로 결정한 것도 삼성전자가 파격 인상안을 제시하게 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지난 18일 노동조합에 평균 9%의 임금 인상과 직급별 초임 최대 600만원 인상을 약속했다. 지난해 인상률은 3.8%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임금협상을 지켜본 다른 기업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다른 업종의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으로선 인상은커녕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우수 인력들의 이탈과 동요가 불 보듯 뻔하다”고 토로했다.
임금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IT업계에 불어닥친 임금 인상과 성과보상 요구 바람이 제조 현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생산성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연봉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임금 양극화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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